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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된 믿음의 야구, 삼성의 '성장통'은 언제까지

“네 뒤에 투수는 없어.”지난 25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흔들리던 마무리 투수 좌완 이승현(21)에게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선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한편, 책임감을 주면서 미래의 마무리 투수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이승현은 2사 1·2루 위기를 삼구삼진으로 이겨내면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믿음의 야구는 다음 경기인 2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계속됐다. 선발 원태인의 8이닝 2실점 호투로 3-2 1점 차 리드를 안은 채 9회를 시작한 삼성은 마무리 이승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승현은 1아웃 이후 연달아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수는 없었다. 이후 이승현은 폭투와 야수의 아쉬운 수비로 동점을 내줬고, 왼손 투수에게 강한 유강남에게 역전 2점 홈런을 맞으며 패했다. 지난 2주 동안 5연패를 두 번이나 당한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불펜 방화와 수비 불안, 연패 때 나온 패턴이 그대로 재현됐다. 불펜이 불안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순간 야수들의 실책이 나오니 투수들은 더 흔들렸다. 이날도 그랬다. 9회 1사 1·3루에서 무조건 병살을 잡아내야 한다는 젊은 야수들의 조급함이 눈에 보였고, 결국 불안정한 송구와 함께 통한의 동점으로 이어졌다. 마운드 위에 서 있는 21세 젊은 마무리 이승현에겐 가혹한 순간이었다. 삼성은 올 시즌 확실한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에겐 확실한 믿음을 주며 그들을 성장시키려 하고 있다. 좌완 이승현에게 그랬듯, 야수들에게도 같은 주문을 하며 자신감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 삼성은 최하위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당장의 성적 내지 반등의 분위기가 필요한데, 결정적인 순간 ‘최하위’라는 중압감이 선수들을 짓누르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겐 더더욱 그럴 터. 젊은 선수들을 향한 믿음의 야구가 선수들의 부담을 더 키우는 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과 벤치의 냉정한 움직임이 필요한데, 아직 그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다. 2군에서 돌아온 오재일이 27일 경기에서 2안타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회복한 것은 고무적이다. 또 우규민에 이어 불펜에 힘을 실어줄 오승환이 차례로 복귀하는 것도 희망적인 소식이다. 이들에게 박진만 감독이 바라는 것은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인데, 연패 중압감에 흔들리는 젊은 선수들을 이들이 잘 잡아줄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윤승재 기자 2023.06.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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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성·손승락 넘볼 수 있었는데.. 4시즌 연속 10SV, "다시 찾아가고 있잖아요"

KT 위즈 투수 김재윤이 4년 연속 10세이브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KBO리그에서 16명의 투수만 밟았던 진기록으로, 김재윤이 17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아 있었다. 더 높은 순위에 있을 수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은 2016년부터 8년 동안 김재윤은 두 자릿수 세이브를 7번이나 기록했다. 2016년 14세이브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3시즌 연속 10세이브를 기록했고, 2020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렸다. 단 한 시즌, 2019년 7세이브가 아쉬웠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4월까지 6세이브 평균자책점 2.45로 순항하던 그는 5월 때아닌 어깨 통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마무리 보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7월말 복귀했지만 이대은(은퇴)이 마무리 자리를 꿰찼고, 이후 김재윤은 필승조 계투진으로 활약하며 1세이브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연속 시즌 10세이브 기록이 중단되는 순간이었다. 김재윤이 2019년에도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렸다면 KBO리그 마무리 역사는 바뀔 수도 있었다. 8시즌 연속 10세이브를 기록하면서 구대성(1994~2007, 해외진출 제외) 손승락(2010~2018)의 9시즌 연속 기록에 이어 정우람(2012, 2015~2021)의 8년 연속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2019년 한 시즌이 대기록 작성에 발목을 잡았다. 김재윤 역시 해당 기록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때 어깨가 좋지 않아서 갑작스럽게 이탈했는데 아쉬웠다. 돌아온 뒤에도 (이)대은이 형이 워낙 잘하고 계셔서..(마무리 투수로 돌아오지 못했다)"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이내 "지금 다시 연속 기록을 찾아가고 있지 않나. 이것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정작 4시즌 연속 진기록이 작성된 순간, 그는 해당 기록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20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점 차 리드를 막고 난 뒤 평소처럼 포수 장성우와 세리머니를 하는데, 장성우가 가리킨 전광판을 보고난 뒤에야 기록을 인지했다. 전광판에는 김재윤의 4년 연속 10세이브 기록을 축하하고 있었다. 김재윤은 "기록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구단에서) 전광판에 띄워주셔서 알게 됐다"라면서 "의미 있는 기록이다. 그만큼 마무리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기뻐했다. 그는 "(장)성우 형의 리드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고, 나도 매 타자를 상대하면서 실투를 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이런 점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김재윤은 자유계약선수(FA) 기회를 얻는다. 23경기 2승 2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32, 지금의 페이스라면 충분히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에 그는 "매년 똑같이 준비했지만, 올해는 약간 특별한 시즌(FA)이라 매 경기 더 집중하고는 있다"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똑같은 시즌이라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라면서 "최대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몸 관리를 더 확실하게 하려고 한다. 아프면 안되는 시즌 아닌가.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잘 유지하겠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수원=윤승재 기자 2023.06.21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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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40년 The moment] '노메달' 도쿄 올림픽부터 마법사의 첫 우승까지

한국 프로야구가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이했다. 1969년 창간한 일간스포츠는 1982년 프로야구 태동을 현장에서 지켜본 국내 유일의 스포츠 전문지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프로야구의 성장과 변화 과정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여러 구단의 희비가 엇갈렸고 수많은 별이 뜨고 졌다. 일간스포츠는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KBO리그 역사를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과 공유해 왔다. 2021년 모멘트를 다룬 이번 시리즈로 긴 여정을 마친다. ①SSG로 간판 바꾼 인천야구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SK텔레콤이 운영하던 SK를 1352억 8000만원에 인수했다. 새 구단명은 SSG 랜더스로 정했다. 인천야구의 간판은 5번이나 바뀌게 됐다. 인천 프로야구단은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를 시작으로 청보, 태평양, 현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2000년 현대가 수원으로 떠났고, SK가 자금난을 겪던 쌍방울 선수단만 인수, 인천에서 신생팀을 창단했다. SK는 인천에서 네 차례 우승을 이뤘지만, SSG의 인수 제의를 수용하면서 21년 만에 프로야구를 떠났다. ②‘추추 트레인’ 한국 상륙 MLB에서 통산 16시즌 218홈런 782타점으로 활약했던 추신수가 한국 프로야구에 입성했다. SK를 인수한 SSG는 2007년 해외진출 선수 특별지명에서 SK가 지명했던 추신수가 텍사스와 계약이 끝나자 연봉 27억원에 입단계약을 체결했다. 2021시즌 137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65 21홈런 25도루 103볼넷으로 역대 최고령 20홈런-20도루(39세 2개월 22일)와 100볼넷 기록(39세 3개월 13일)을 새로 썼다. ③리그 흔든 방역수칙 위반 논란 7월 5일 NC 권희동·박민우·박석민·이명기 등 4인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숙소에서 외부인 2명과 술자리를 가져 논란을 빚었다. 키움 한현희·안우진과 한화 윤대경·주현상도 수칙 위반이 확인됐다.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리그가 중단됐다. 황순현 대표 등 NC 수뇌부 3명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KBO는 위반 선수 8명에게 출장정지 징계와 제재금을 부과했다. ④‘디펜딩 챔피언’ 한국, 올림픽 노메달 김경문 감독이 이끈 올림픽 야구대표팀이 도쿄 올림픽에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야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후 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부활했다. 12년 전 우승팀 한국은 2연패를 노렸으나 3승 4패로 본선 진출국 6개국 중 4위로 마감했다.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이 불참한 데다 선발진이 평균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흔들렸다. 결국 한국은 미국·일본 등 강호들을 상대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메달 없이 대회를 마무리했다. ⑤오승환, 역대 최초 300세이브 삼성 오승환이 4월 25일 KIA전에서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 역대 최초로 통산 30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2013년까지 277세이브를 기록한 후 해외로 진출했던 오승환은 2020시즌 복귀해 18세이브를 거뒀다. 2005년 프로 데뷔 이래 16년 497경기 만에 300세이브 고지에 오른 그는 10월 13일 KIA전에서 시즌 40세이브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령 40세이브 기록(39세 2개월 28일)도 남겼다. ⑥최정, 대기록 잔치 SSG 최정이 프로 17번째 시즌에서 대기록을 여럿 작성했다. 그는 5월 18일 KIA전에서 솔로홈런을 쳐 시즌 10호 포를 기록했다. KBO리그 최초의 16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15시즌 연속 10홈런 이상을 기록한 장종훈과 양준혁의 기록을 넘었다. 또 최정은 8월 18일 NC전에서는 6회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개인 통산 288번째 사구로 메이저리그 휴이 제닝스가 세웠던 287개를 넘어섰다. 10월 19일 KIA전에서는 좌월 솔로 홈런으로 시즌 32호로이자 통산 400호 홈런을 달성했다. 이승엽(467홈런)에 이은 리그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⑦손아섭, 최소 경기·최연소 2000안타 롯데 손아섭은 8월 14일 LG전에서 리그 역대 최소 경기(1636경기) 및 최연소(33세 4개월 27일) 2000안타 기록을 세웠다. 기록이 수정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손아섭은 앞서 6월 27일 두산전에서 1안타를 쳤으나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돼 집계가 보류됐다. 해당 경기는 10월 7일 재개됐고, 정산이 6월 27일로 되면서 손아섭의 기록 달성 시점은 이후 1632경기와 33세 3개월 22일에 해당하는 7월 10일 삼성전으로 조정됐다. ⑧KT, 창단 첫 통합 우승 KT는 정규시즌 76승 9무 59패로 삼성과 동률을 기록, 타이브레이커 끝에 1위를 확정했다. KT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과 만났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세 시리즈에서 승리해 7년 연속 KS에 올랐다. KT는 4명의 선발 투수들이 모두 5이닝 이상 책임지며 4연속 선발승을 거뒀다. 4전 전승은 역대 9번째, 4연속 선발 스윕승은 역대 최초 기록이다. 시리즈 MVP는 박경수가 수상했다. LG와 KT에서 뛰었던 그는 데뷔 19년 만에 처음 오른 KS에서 호수비와 결정적 홈런포를 선보이며 시리즈의 주인공이 됐다. ⑨최동원 넘은 ‘225K’ 미란다는 MVP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 225탈삼진을 기록한 두산 아리엘 미란다가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2관왕을 차지했는데, 특히 고(故) 최동원 한화 2군 감독이 1984년 롯데에서 세운 단일 시즌 탈삼진 기록(223개)을 37년 만에 경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일본과 대만 프로야구를 경험했던 미란다는 시즌 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주 무기 포크볼을 더 공격적으로 던지면서 전혀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⑩이의리, 36년 만에 타이거즈 신인왕 KIA 이의리가 2021년 신인왕을 차지했다. 1차 지명을 받고 KIA에 입단한 이의리는 시즌 초부터 선발 기회를 잡았다. 19경기에 나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 93탈삼진을 기록했다.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도 승선, 10이닝 18탈삼진을 기록했다. 2017년 키움 이정후 이후 5년 연속 고졸 순수 신인 수상자이자 1985년 해태 이순철 이후 36년 만에 타이거즈 신인왕 수상자로도 이름을 남겼다. 차승윤 기자 사진=IS 포토·SSG 랜더스·연합뉴스 2022.12.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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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미아였던 통산 66세이브 투수 ATL로 복귀…1년 150만 달러

FA 선언 이후 팀을 찾지 못하던 쉐인 그린(33)이 단년 계약으로 이전 소속팀에 복귀했다. 미국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는 10일(한국시간) “애틀랜타가 FA 구원투수 쉐인 그린과 1년 1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라고 계약 소식을 전했다. 지난 시즌까지 애틀랜타에서 뛰었던 그린은 1년 계약으로 팀에 다시 합류하게 됐다. 통산 성적은 313경기 23승 28패 49홀드 66세이브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 중이다. 뉴욕 양키스에서 2014년 데뷔한 그린은 디트로이트로 이적한 후 2017년 평균자책점 2.66에 9세이브 14홀드, 2019년 평균자책점 1.18에 22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소속팀 디트로이트가 리빌딩에 들어가면서 2019년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애틀랜타로 넘어가 중간 계투로 변신하며 2019년, 2020년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린의 복귀는 애틀랜타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애틀랜타는 지난해까지 마무리투수를 맡았던 마크 멜란슨이 샌디에이고로 이적하면서 확실한 구원투수가 부족했던 상황이다. 지난해 구원 평균자책점 3.50(4위)으로 준수했지만 올 시즌은 4.56(22위)으로 1점 이상 높아졌다. 좌완 윌 스미스가 마무리로 평균자책점 2.57 7세이브를 거두고 있지만, 상수라고 할 수 있는 투수가 많지 않다. 마운드 불안으로 3년 연속 지구 우승을 거뒀던 팀 성적도 올해는 아직 지구 3위(16승 17패)에 머물고 있다.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그린의 합류로 4연속 지구우승 도전에 다시 한번 박차를 가하게 됐다. 차승윤 인턴기자 2021.05.1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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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건 득세' 두산 마운드, 다채로운 경쟁 예고

지난해 두산 마운드의 밑그림은 충실했다. 선발 투수 5명과 마무리 투수를 정해놓고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올해는 예측불허다. 젊은 투수들의 등장으로 두산 마운드가 재편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두산의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은 모두 15승 이상을 기록했다. 두산은 '판타스틱4'로 불린 선발진을 앞세워 그해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유희관은 2017~20시즌에도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장원준이 주춤한 2018시즌에는 이영하가 공백을 메웠다. 최근 2년(2019~20시즌) 동안 두산에서는 5선발 경쟁도 없었다. 외국인 투수 2명과 유희관·이용찬·이영하가 개막 로테이션을 맡았다. 2021시즌은 '역대급' 선발 경쟁이 예고된다. 외국인 투수 두 명(아리엘 미란다, 워커 로켓)과 이영하가 1~3선발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데, 4·5선발 후보가 최대 6명이다. 2020시즌 성장한 젊은 투수가 많기 때문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용찬과 크리스 플렉센(현 시애틀)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새 얼굴을 여럿 기용했다. 현실에서 싸우며 미래도 대비하고자 했다. 우완 사이드암 최원준은 7월 중순부터 선발진에 고정됐다. 선발 8연승을 거두며 선전했다. 시즌 성적은 10승2패·평균자책점 3.80. 승률 2위(0.833)를 기록하며 이 부분 리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원준은 2017년 1차 지명 유망주다.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성적도 좋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선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육성선수 출신 박종기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6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대체 선발로 나선 그는 첫 3경기에서 4⅔이닝 이상 소화하며 3점 이하로 막아냈다. 커브의 제구력과 움직임이 매우 좋은 투수다. 직구 구속도 시속 140㎞대 중반까지 찍는다. 김민규도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KT와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이 1⅓이닝 만에 강판된 상황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서서 4⅔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NC와의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는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5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배포 있는 투구가 돋보였다. 좌완 함덕주도 선발 후보다. 통산 55세이브를 기록하며 불펜 투수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선발 보직을 더 선호한다. 지난해에도 선발로 전환해 6경기를 소화했다. 현재 협상 중인 내부 자유계약선수(FA) 이용찬과 유희관은 검증된 투수들이다. 새해에는 마무리 투수도 공석이다. 2020 정규시즌 막판 이 자리를 맡았던 이영하는 선발 복귀 가능성이 크다. 함덕주의 보직은 스프링캠프 훈련 성과와 선수 의사가 반영될 전망이다. 구위가 좋은 투수는 많다. 포수 이흥련을 내주고 영입한 우완 이승진이 가장 먼저 꼽힌다. 정규시즌 막판 두산의 셋업맨 역할을 해냈다. 시속 140㎞대 후반까지 찍히는 강속구가 주무기다. 혹사 논란이 생길 만큼 자주 등판했다. 그만큼 김태형 감독의 신뢰가 컸다. 또 다른 이적생 홍건희도 묵직한 구위를 뽐내며 커리어하이(8홀드)를 해냈다. 지난해 부상 복귀 첫 시즌을 잘 마치고 재기 발판을 만든 김강률, 2019시즌 마무리투수를 맡아 19세이브를 기록했던 이형범도 후보다. 안희수 기자 2021.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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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노리는 불펜 '아픈 손가락'

"2년 이상 잘 던지는 불펜투수가 많지 않더라." 이강철 KT 감독이 지난 두 시즌(2019~20년)을 돌아보며 남긴 말이다. 그는 2020시즌 개막을 앞두고 "불펜진은 나쁘지 않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2019시즌 활약했던 불펜 투수들이 초반부터 흔들렸다. 순위 경쟁에서 밀렸고, 재정비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강철 감독은 2021 스프링캠프 목표를 불펜 뎁스 강화로 삼았다. 1군급 불펜 투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여러 변수에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다. 안영명·박시영 등 외부에서 불펜 요원을 영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대은(32)의 재기가 절실하다. 2019시즌 KT 마무리 투수였던 그는 2020시즌 등판한 20경기에서 4패·1세이브·평균자책점 5.83으로 부진했다. 5월 등판한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13을 기록하며 2군으로 강등됐고, 9월에야 복귀했다. 그러나 무게감이 크지 않았다. 이대은은 플레이오프(PO)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쓰임새가 마땅치 않았다는 의미였다. 지난달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올 시즌 초반 엔트리 합류가 불투명하다. 기대감도 있다. 이대은 시속 150㎞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다. 포크볼 구사 능력도 좋다. 부상을 말끔히 털어낸다면 여전히 매력적인 투수다. KT 필승조에서 두 시즌 이상 활약한 선수는 주권뿐이다. 이보근·유원상·전유수 등 1986년생 트리오의 부진도 대비해야 한다. 불펜 요원 한 명이 절실한 상황. 이대은은 미국(마이너리그), 일본 무대에서 뛴 경험이 있고, 2019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기대주다. 2021시즌 재기를 노리는 불펜 투수가 또 있다. SK 하재훈(31)이다. 그는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2019시즌 구원 1위(36세이브)에 올랐다. 평균자책점(1.98)도 좋았다. 그러나 2020시즌 하재훈은 추락했다. 15경기에서 1승1패·4세이브·평균자책점 7.62에 그쳤다. 2019시즌 시속 146.3㎞였던 빠른 공 평균 구속이 2020시즌 시속 143.7㎞로 떨어졌다. 어깨 부상 탓이었다. 결국 8월 오른 어깨 극상근 손상 진단을 받은 뒤 시즌 아웃됐다. SK 불펜진도 연쇄 붕괴했다. SK는 2020시즌 임시 마무리투수를 맡은 서진용을 중심으로 필승조를 재편한다. 2019시즌 서진용과 하재훈이 8·9회를 잘 막아내며 시너지 효과를 보인 바 있다. 하재훈의 재기는 SK의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두산 김강률(33)도 1군 복귀 2년 차를 기다리고 있다. 2018년 말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뒤 2019시즌을 통째로 쉬었고, 2020년 6월 복귀해 30경기를 소화했다. 김강률은 예전처럼 강속구를 뿌리지 못했다. 그러나 KT와의 PO, NC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호투하며 반등 발판을 만들었다. LG 김지용(33)도 2021시즌이 기대된다. 2018년 9월 오른 팔꿈치 내측 인대 재건 수술을 받은 그는 2019시즌을 통째로 쉬었고, 2020시즌 9월 복귀했다. 2016시즌 17홀드를 기록하며 LG 불펜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수술 전 구위를 되찾으면 LG 불펜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안희수 기자 2021.01.0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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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도약 필요한 2021년, 화두는 불펜 강화"

불펜 뎁스 강화. 이강철(54) KT 감독이 부임 세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지향점이다. KT는 11월 20일 한화에서 방출된 베테랑 우완 안영명(36)을 영입했다. 지난 4일에는 롯데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우완 박시영(31)도 확보했다. 이강철 감독은 "두 투수 모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컨트롤도 좋은 편이다. 불펜 강화에 힘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전했다. KT는 2020시즌 개막 첫 40경기에서 8위에 그쳤다. 마무리투수였던 이대은(31)이 1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2년 차 우완 손동현(20)도 데뷔 시즌보다 구위가 떨어졌다.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인 5년 차 좌완 박세진(23)도 실전 무대를 앞두고 급격히 컨디션 떨어졌다. "불펜 전력은 좋다"는 '개막 전' 내부 평가가 빗나갔고, 정상화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KT가 2020 스토브리그 개막 전후로 불펜투수 영입에 힘을 쏟은 이유다. 이강철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2시즌 연속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불펜투수가 드물다는 분석이 있더라. 우리 팀(KT)도 잘 던진 투수는 주권 1명뿐이었다. 2020시즌에 전유수·유원상·이보근 등 베테랑들이 잘 해줬지만, 차기 시즌 활약까지 장담할 순 없다. 대비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KT는 2020시즌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3패로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은 탈락했지만, 충분히 성공한 시즌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이미 '가을야구' 여운을 털어낸 모습을 보였다. 차기 시즌 전력 구상에 여념이 없다. 익산 2군 전용 훈련장에서 진행된 마무리캠프에서 마운드 '새 얼굴' 발굴에 집중했고, 프런트를 향해서는 외부 수혈 필요성을 어필했다. 이 감독은 "내년에는 KT가 (강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약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며 "1군에서 뛸 수 있는 불펜투수의 양적 증가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KT는 가세 전력이 많다. 이적생 안영명, 박시영뿐 아니라 기존 기대주도 합류했다. 2018시즌까지 3선발을 맡던 우완 사이드암투수 고영표(29), 2014년 우선지명 좌완 심재민(26)이 복무를 마치고 소속팀에 복귀했다. 좌완 불펜투수 확보가 필요한 KT 입장에서는 심재민의 성장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 사령탑은 "마무리캠프 막판에 조금 더 나아진 것 같다"며 합격점을 줬다. 리그 3강이 된 소속팀 도약이 복귀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전했다. 스프링캠프 화두도 마운드 전력 확보다. 이 감독은 "종전까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투수 중 1명만 (1군 주축 투수로) 성장해도 큰 힘이 된다. 일단 필승조로 내세울 수 있는 투수 4~5명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고 했다. KT는 2019시즌 배제성(24)·김민수(28), 2020시즌 조현우(26)가 등장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모두 이강철 감독이 준비 과정에서 점찍은 자원이다. '강철 매직'이 2021년에는 어떤 투수에게 향할지도 관심사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12.1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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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브리핑]NC, 2차전 선발 구창모 예고...두산은 플렉센

NC가 토종 에이스 구창모(23)를 내세워 2연승에 도전한다. NC는 17일 열린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두산에 5-3으로 승리했다. 나성범이 1회 말 선제 적시타를 생산했고, 애런 알테어는 4회 타석에서 스리런 홈런을 쳤다. 선발투수 드류루친스키가 6회 갑자기 흔들리며 추격을 허용한 상황에서는 김진성·임정호·임창민이 차례로 올라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마무리투수 원종현이 세이브를 올리며 리드를 지켜냈다. 역대 KS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5%(36번 중 29번)다. NC가 가져갔다. 2차전 선발투수는 다소 의외의 선택을 내렸다. 외국인 투수 마이클 라이트 대신 구창모를 예고했다. 구창모는 전반기 출전한 13경기에서 9승 무패·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 포함, 리그 최고 투수로 평가받았다. 이 기간 피안타율은 0.178, 이닝당 출루 허용은 0.82에 불과했다. 그러나 7월 말 왼팔 전완부 피로 골절상으로 이탈했고, 석 달 넘게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시즌 막판 복귀했다. 실전 감각은 미지수. 선수는 "부상은 다 회복했다"며 선전 각오를 전했다. 올 시즌 두산전은 5월 20일 한 번 나섰다. 8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두산은 예상대로 크리스 플렉센(26)을 내세운다. 10월 등판한 정규시즌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87을 기록했고, 준플레이오프(PO), PO에서 등판한 3경기에서 16⅓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PO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이기도하다. 김태형 감독은 1차전 전 감독 공식 인터뷰에서 "1차전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2차전 선발투수는 정해뒀다. 고민이 없었다"고 했다. 1차전에 패한 두산이 가을 에이스를 내세워 반격을 노린다. 고척=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11.1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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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승부처는 8·9회, '영건' 셋업맨·클로저 맞대결

지난 2일 열린 LG-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시간 57분 동안 진행됐다. 7회 스코어(2-2)가 12회까지 이어졌다. 두 팀 사령탑 모두 동점에서 마무리투수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LG 고우석, 키움 조상우는 1이닝 이상 소화했다. 집중력과 긴장감이 고조된 경기에서 '1점'이 갖는 의미를 가늠할 수 있는 운영이었다. 역전 허용이 미치는 영향은 해당 경기에 그치지 않는다. 두산과 LG의 라이벌전으로 펼쳐지는 준플레이오프도 뒷문 단속이 관건이다. 올 시즌 내내 불펜 난조 탓에 고민이 많었던 두산은 막판에서야 전열을 정비했다. 지난 8월, 선발투수 이영하(23)를 마무리 투수로 바꾼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영하는 구원 등판한 첫 9경기(11이닝)에서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 100%를 기록했다. 주자를 두고 첫 타자를 상대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적응도 더뎠다. 10월 둘째 주에만 두 차례 끝내기 안타(홈런 포함)를 허용했다. 그러나 2사 만루 위기를 극복하며 세이브를 기록한 10월 14일 한화전 이후 안정감이 생겼다. 10월 17일 고척 키움전부터 5경기 연속 무실점. 피안타조차 없었다. 심적인 부담을 덜어낸 모습을 보여줬다. 이 기간 3세이브를 기록하며 두산의 3위 탈환에 기여했다. 최근 3시즌(2018~2020년) 등판한 LG전 14경기(56⅓이닝) 피안타율(0.259)도 좋은 편이다. 이영하는 이미 선발투수로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나선 경험이 있다. 셋업맨 이승진(25)도 두산 뒷문 안정화에 기여했다. 그는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46.5㎞까지 찍히는 우완 정통파 투수다. 슬라이더 움직임, 커브 낙폭도 좋은 편이다. 홍건희, 박치국, 홍건희 등 기존 셋업맨들이 흔들릴 때 홀로 선전하며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를 잇는 탄탄한 연결고리가 됐다. 과부하 우려도 있다. 10월 한 달 동안 13번 등판했다. 5번이나 1⅓이닝 이상을 던졌다. 3연투도 있었다. 10월 16일 고척 키움전, 22일 잠실 KT전에서는 4실점 하며 무너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태형 두산 감독의 신뢰는 두텁다. 실점이 많았을 때도 "이승진의 구위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에도 8회는 이승진에게 맡길 전망이다. LG는 셋업맨 정우영(21), 마무리투수 고우석(22)이 뒷문을 지킨다. 2019시즌 신인왕 정우영은 올 시즌도 20홀드·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그의 피안타율(0.185)은 20홀드 이상 기록한 리그 구원투수 중 가장 낮다. 고우석은 올 시즌 17세이브·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시즌 초 좌측 무릎 수술을 받고 두 달 넘게 공백기를 가졌지만, 7월 11일 복귀 뒤 빠른 속도로 제 모습을 되찾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시속 155㎞가 넘는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객관적으로는 LG 필승조 무게감이 이제 막 전열을 정비한 두산보다 앞선다. 변수는 피로감. 고우석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공 40개를 던졌다. 4사구 3개를 내주며 고전했고, 이닝을 두 번째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산전 5경기 피안타율(0.273)도 개인 시즌 평균(0.234)보다 훨씬 높다. 정우영은 상대성이 변수다. 그의 시즌 좌타자 피안타율(0.189)은 우타자 피안타율(0.182)과 비슷한 편이다. 그러나 좌타자 피출루율(0.336)은 우타자(0.267)보다 훨씬 높다. 좌타자 상대 볼넷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바깥쪽(좌타자 기준) 투심 패스트볼 제구력이 흔들리는 날에는 이런 모습이 더 두드러졌다. 빠른 공의 구속도 우타자를 상대할 때보다 조금 더 느려진다. 류중일 LG 감독도 시즌 중반 정우영의 좌타자 상대 제구력과 공 배합을 지적한 바 있다. 두산 타선에는 수준급 좌타자가 많다. 정우영의 올 시즌 두산전 피안타율(0.286)은 시즌 피안타율(0.185)보다 훨씬 높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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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데뷔 시즌 성공' 김광현 "첫 승이 최고 기억, 몰리나는 은인"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빅리그 데뷔 시즌을 보낸 소회를 전했다. 김광현은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귀국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의 일정을 마친 그는 지난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자마자 자신을 응원해준 야구팬을 향해 인사할 자리를 만들었다. 김광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정국 탓에 정상적으로 운동할 수 없던 시기, 어떻게 몸과 마음을 다잡았는지 전했다. 꿈꾸던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느낀 희열과 배움에 대해서도 말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출전한 8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도 여겨졌다. 그러나 자신의 성과에는 100점을 주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은 몸상태로 치른 시즌이기 때문이다. 그는 "올 시즌은 메이저리그에 발만 담갔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을 다그치기로했다. 당장 오늘부터 준비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다음은 김광현과의 일문일답. - 귀국 소감을 전한다면. "설렘이 있었다. 한국에서만 살다가 처음으로 외국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면 '한국 음식을 많이 먹어야지'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공항이 코로나19 탓에 한산하더라. 기분이 이상했다. 국민 모두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자가격리를 마친 뒤 가장 먼저한 일은 무엇인가.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탓에 이발을 제대로 못했다.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장면처럼 미용 기계로 스스로 해결했다. 깔끔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기에 자가격리 뒤 바로 이발을 했다." -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시즌을 준비한 선택이 주목받았다. "한국 방역 상황이 훨씬 좋은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귀국했다가 리그가 개막했을 때) 입국 금지 조치를 받게 될까 봐 우려됐다." - 그 기간에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공도 못 던지는데 내가 여기 왜 왔나'하는 생각도 했다. 그만큼 힘들었다. 그래도 그 시기에 심적으로 잘 버틴 덕분에 시즌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운도 따라준 것 같다." - 미국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코로나19 정국 탓에)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개막이 계속 연기되며 조바심도 났다. '야구 언제 할 수 있느냐'며 애꿎은 통역 친구만 닦달했다. 그래도 그 기간 (통역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많은 소통을 했다. 이 시기에 캐치볼을 함께 하며 나를 도와준 (소속팀 투수) 아담 웨인라이트 선수와도 돈독해진 것 같다." - 기억나는 경기는. "첫 승리를 했을 때가 가장 기억이 난다. 경기할 때는 집중하느라 느끼지 못했지만, 인터뷰하면서 울컥했다. '내 꿈을 이뤘다'는 마음이 들었다. - 마무리투수에서 선발투수를 맡았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시즌 중) 보직 변경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그저 '할 수 있다'고 거듭 생각했다. 부담을 덜고,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에피소드가 많았다.(김광현은 8월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선발 데뷔전에서 훈련용 모자를 쓰고 1회 마운드에 올랐다)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무대에 올라가는 날이었다. 긴장이 컸다. 정신이 없었다. 돌아보면 웃겼고, 또 (조금은) 인간적이었던 것 같다. 그 무대에 적응하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떨었나'하는 생각도 든다." - 투구 템포가 KBO리그 시절보다 빨라진 것 같다. "기술적으로는 계속 발전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더 배우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도 조금씩 변화를 줄 것이다. 미국 무대에 간 이유 중 한 가지가 (미국 야구) 기술과 시스템을 배우고,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 리그 대표 주전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의 호흡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몰리나는 은인이다. 내가 공을 잘 던질 수 있게 도와줬다. 타자가 못 미치는 공이 아니라, 투수가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던지게 유도하는 포수다. 투수에 대해서 잘 연구했기 때문에 그런 리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타자가 못 치게 하는 공은 전력 분석 자료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내년, 후년에도 같은 팀에서 뛰길 바란다." - KBO리그 출신 조쉬 린드블럼(9월 15일)과 맞대결이 있었다. 에피소드를 전한다면. "(신장 문제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가 복귀한 경기였다. 그 자체만으로 떨렸다. 린드블럼 선수와는 경기 전 훈련 때 교감했다. 사실 KBO리그에서는 상대 선발투수에게 애써 인사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린드블럼에게는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 소속팀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등판했다. 어떤 마음가짐이었나. "좋은 투구는 하지 못했지만, 마음가짐은 KBO리그 무대와 같았다." - 본인이 평가하는 데뷔 시즌을 전한다면. "가장 잘된 부분은 실점 최소화다. 결과도 중요하다. 이닝 수는 많지 않았지만, 내 기대보다도 훨씬 좋은 기록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 친정팀 SK가 2020시즌에 고전했다. "몇몇 선배들과 통화하며 고충을 나누긴 했다. 안타깝게 생각했다.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선수에게 조언한다면. "나도 물음표로 시작했다. 아직 느낌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다. (양)현종이도 잘할 것이다. -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보며 느낀 소감. "잘하는 선수들이 노력마저 최고였다. 항상 '상대 투수 공을 어떻게 잘 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더라. 폴 골드슈미트 선수가 대표적이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진짜 메이저리거가 될 수 더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 올 시즌 얻은 확신이 있다면. "세계 최고 선수들을 상대한다. 컨트롤이 조금만 되지 않아도 맞더라. 가장 자신 있는 공을 완벽하게 던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 겨울 계획과 차기 시즌 각오를 전한다면. "올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실내에 너무 많이 있었다. 나는 내년 시즌이 더 중요하다. 시즌 준비를 더 잘하고 싶다. 사실 이렇게 기자회견을 열 수 있을 만큼 좋은 성적을 남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년 시즌 잘해서 당당히 (기자회견을) 열어보겠다. 여의도=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10.2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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